사진속일상

대신 뒷산

샌. 2015. 12. 19. 19:01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처음이다. 트레커에서 충주에 있는 계명산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만나는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알람을 해 놓지 않은 불찰이었다.

 

대신 혼자 뒷산에 올랐다. 요사이는 몸이 좋지 않다. 몇 주째 계속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어렸을 때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히말라야에 갔을 때 경험했던 고산증세와도 비슷하다. 산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그나마 기분은 좀 나아진다. 밀폐된 집안에서만 생활해서 생긴 산소 부족증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행이겠다.

 

무조건 밖에 나가 매일 두세 시간 정도는 산책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일주일 정도 실천해 보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몸이 말썽을 부린다. 몸이 부실하니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바로 지금 저 세상에서 나를 부른다 한들 그다지 이상할 게 없다. 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저승으로 간 사람도 많다. 죽는다는 것보다 죽는 과정이 더 염려되는 것이다.

 

언제 찾아도 산길은 좋다. 특히 뒷산은 익숙하니 오래 신은 신발처럼 편안하다. 굳이 새로운 산을 찾아다닐 필요를 못 느낀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나이 들고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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