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샌. 2017. 7. 20. 10:47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중앙선 열차를 타고 고향을 오갔다. 서울로 갈 때 왼쪽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멀리 이 성당이 보였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 평화스럽게 보여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까지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대여섯 시간 동안 창밖을 스친 풍경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성당을 둘러싼 나무의 인상이 깊었다. 언젠가는 저 성당에 찾아가 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50년 만에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느티나무는 옛날의 느낌처럼 아름답고 단정했다. 오래된 성당 건물도 운치 있고 경건했다. 성당과 느티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시잘레 신부가 1915년에 완공하였으니 백 년이 넘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양식을 보여주는 소박한 모습이다. 요사이 짓는 현대식 성당과는 다른 종교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용소막성당 분위기의 절반 이상은 느티나무가 만드는 것 같다. 오래된 건물에는 고목이 있어야 함께 상승작용을 한다.

 

어린 시절 스쳐가는 창문으로 본 풍경에 와서, 이제는 반대로 멀리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본다. 소년에서 흰 머리 덮인 노인이 될 만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성당과 나무는 변함없이 제 자리에 있다. 물론 그동안에 성당은 낡아지고 나무도 나이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둘은 원숙하고 더 풍요로워 보인다. 성당과 느티나무는 내 심상에 새겨진 애틋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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