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울릉도(1) - 성인봉

샌. 2017. 11. 4. 11:30

 

울릉도 둘째 날, 천부로 가는 6시 45분 버스를 탔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을 올라 저동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일주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달린 버스는 8시에 천부에 도착했다. 저동에서부터 1시간 10분이 걸렸다. 천부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갈아타니 20분 만에 나리분지에 닿았다.

 

 나리분지에 있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남은 밥은 비닐에 싸서 배낭에 챙겼다. 간단한 점심 요기로 유용했다. 9시부터 성인봉 등반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너른 길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나리분지는 그만큼 넓다. 화산 폭발 후 함몰된 칼데라 지형인데 만약 물이 찼다면 천지 같은 큰 호수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울릉도에서는 보기 어려운 평지다. 숲에는 너도밤나무가 많다. 천천히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벽을 이루는 산들의 단풍이 고왔다. 우여곡절 끝에 울릉도에 오게 되었다. 울릉도에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가 볼 만하다 아이들을 봐 줄테니 다녀오라고 한 것이 30년 전이었다. 그동안 울릉도 노래만 부르다가 이제야 찾아왔다.

 

 

나리분지에서 오르는 길은 급경사에 계단이 무척 많다. 화구벽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반대쪽에서 올라 나리분지로 내려간다. 우리는 반대를 택했다. 아내가 계단을 내려가는데 무척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오를 때 숨은 차도 무릎 관절에 부담은 훨씬 덜하다. 또한 나리분지에서 출발하면 해발 400m에서부터 시작하는 장점이 있다.

 

 

 

 

 

계단 끝에 나리분지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다. 성인봉은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분지 전체에 오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구름이 끼어 화산한 단풍 색깔이 가려져 아쉬웠다. 기다려봤지만 구름 뒤에 숨은 태양은 나올 줄을 몰랐다.

 

 

출발한 지 세 시간만에 성인봉(聖人峯, 984m) 정상에 섰다.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사방이 환히 내려다 보였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고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같이 성인봉에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도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반대쪽에 비하면 완만했다. 군데군데 고운 단풍 풍경이 열렸다.

 

 

거의 다 내려와서 길은 도동과 봉래폭포 방향으로 갈린다. 우리는 봉래폭포 길을 따랐다. 시간 여유가 있어 폭포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르는 데 세 시간, 내려오는 데 두 시간, 총 다섯 시간이 걸렸다. 예상 시간과 얼추 맞았다. 걸은 거리는 대략 9km 쯤 되었다.

 

 

봉래폭포는 낙차 30m에 3단으로 된 폭포다. 위에 있는 조면암과 응회암이 침식이 잘 되기 때문에 이렇게 3단으로 나누어졌다고 한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폭포 상단은 점점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봉래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울릉도 주민의 주된 식수원이라고 한다.

 

봉래폭포 아래에 저동이 있다.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등산 뒤라 피곤해서 버스를 탔다. 5분 정도 걸렸다.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었다. 저녁을 먹으러 잠깐 나갔다 들어왔다. 다행히 숙소에는 단체 여행객이 없어 조용했다. 그래도 낯선 잠자리라 미리 수면제를 먹었다.

 

이번 울릉도 여행의 포인트는 성인봉 등산이었다. 둘 다 환갑을 지나면서 산에 오르는 데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터라 성인봉을 제대로 오를까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다행히 별 이상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안내문에는 4시간 30분이 걸리는 코스로 나왔는데, 우리는 5시간이 걸렸으니 준수한 편이었다. 단풍철에 맞추었으나 구름이 많은 날씨여서 화사한 단풍 색깔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 우리 생애에 언제 다시 성인봉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더 애틋해진 성인봉 산행이었다.

 

* 100명산 오르기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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