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눈물

샌. 2009. 5. 26. 15:23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연민과 함께그 무언가에 대한 분노가 나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신드롬이라 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추모 열풍은 의외이다. TV에서는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며 참배하는 사람들과 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 끝이 찡해지는 광경이다.

우리는 불과 며칠전만 해도 그의 도덕성을 비난했다. 심지어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는 어느 자리에서나 감히노 대통령의 칭찬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롱과 힐난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서민들도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죽음과 함께 일순간에 변했다. 물론 노무현을 반대한 사람은 지금 침묵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시대에서 방관자거나 아니면 소극적 반대자였던 다수가지금은 동정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단순히 슬픈 죽음이었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지금 흘리는 눈물의 반의 반이나마 그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흘려주었더라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노무현을 거부했고 잘 살게 해준다는 MB를 선택했다. 교훈이 아무리 뼈 아파도 순간일 뿐 사람들의 근본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쉽게 끓는 것은 쉽게 식는 법이다. 이번 조문 행렬을 보면서 다시 그런 우려와 실망이 반복될까 두렵다. 사람들은 아마도 다시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늘 점심 자리에서 이런 과열된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말을 Y에게 했다. 검은 넥타이를 맨 Y는 그저께는 네 시간을 기다리며 덕수궁 앞에서 문상을 하고 왔다고 했다. 덕수궁이나 서울역을 찾아가지도 않고 있는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고인은 하늘나라에서 지상의 이런 추모 행렬을 보며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나 역시 노무현의 솔직함과 서민적이고 진실된 인간성을 믿는다. 그의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과 개혁의 용기를 사랑한다. 그러나집권 후반기에 노무현의 정책은 비난 받을 거리가 많았다. 가장 큰 실패는 진보세력을 분열시키고 자신의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은 국익을 명분으로 했지만 결코 노무현답지 않는 선택이었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임기 내내 부동산은 폭등했고 없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진보가 집권해도 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준 것은 가장 큰 과오였다. 이명박 집권의 최대 공로자가 노무현이었다는 역설은 슬픈 말이다. 물론 그 모두를 노무현 한 사람의 개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지금 다시 그의 공과를 들쳐내고 논쟁을 할 생각은 없다. 지금은 조용히 그분이 가시는 길을 배웅해야 할 때다. 지나친 감상에 젖어 그분에 감격해 하는 것은 그분을 비난하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고 생뚱맞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뜨거운 눈물이 우리 자신의 성찰로 연결되어야 한다는것이다. 그분의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 개혁에 대한 정신과 열정이 우리 가슴에서 살아있도록 하자.그것만이 속절없이 돌아가신 그분의 유지를 잇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슬픈 애도의 물결이 지나가고나서는 또 다시 순치된 이전의 자리로 힘없이 회귀한다면 그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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