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아침 / 호치민

샌. 2012. 2. 24. 19:11

감옥 벽 위로 해가 떠올라

감옥 문을 비추는구나

감옥 안은 아직 깜깜하지만

바깥에는 땅 위로 햇살이 퍼지네

 

일어나서 모두 경쟁하듯 이를 잡고

종이 여덟 번 치면 아침 식사 시간

형제여, 나온 것은 다 먹게나

이제 곧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 아침 / 호치민

 

호치민[胡志明]은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중이던 1942년에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길에 경찰에 체포된다. 호치민은 중국 감옥 안에 있는 동안 <옥중일기>를 썼는데 그 안에 그가 지은 시가 전한다. 유교의 선비 집안에서 태어난 호치민은 유교적 소양을 쌓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공산주의 혁명가이기 이전에 인문주의자며 시인이기도 했다. 이 시를 보면 그가 낙관주의자이기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어떤 경우에도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듀이커가 쓴 <호치민 평전>을 읽고 있다. 왜 호치민이 모든 베트남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임기가 끝나면 감옥행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지도자들과 비교되어 슬프다.

 

길을 걸어본 사람은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

산 하나를 오르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네

그러나 가장 높은 산에 오르기만 하면

눈앞에 만리가 펼쳐지는구나

 

     - 가는 길 / 호치민

 

요나 이불도 없는 가을 밤

몸을 자꾸 웅크리지만 잠은 오지 않네

바나나 나무에 떨어지는 달빛에 대기는 차가워지고

창 밖 북두칠성은 옆으로 누웠네

 

     - 밤의 한기 /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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