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내가 수술을 받다

샌. 2008. 9. 26. 22:36

한 달여 전에 아내는 '비출혈성 동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부터 편두통이 심했는데 우연히 MRI 촬영을 하게 되어 뇌동맥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진상으로는 포도송이처럼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금방 터질 듯 위험해 보였다. 더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으라는 권고를 듣고 서울에서 CT 등의 더 자세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전과 동일하였고 가능하면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지난 월요일에 입원해서 최종적으로 조영술 검사로 확인한 후 두개골을 열어서 이상 부위를 차단하는 수술을받았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술 부위가 뇌라서혹시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아내를 수술실로 들여보낼 때는 더욱 안스럽고 안타까웠다.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의 심정은 더했을 것이다.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조마조마했던 마음이나 중환자실로 넘어가기까지의 답답했던 과정은 고통스런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지금은 빠르게 회복중이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수술부위가 너무 깊숙히 있어서 다른 혈관을 건드려야 했기 때문에 지금 언어장애가 생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눌한 말투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니 믿고 기다릴 뿐이다.

 

오늘은 아내를 데리고 병실 복도를 왕복하는 걷기 연습을 했다. 아직 오른쪽 부위는 운동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약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다는데 얼굴도 많이 부어 있다. 그래도 이만하니 감사한 일이다. 만약 사진을 찍어보지 않고 그래서 뇌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작스런 아내의 수술을 계기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든 일 마다하고 엄마를 간호하느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기특하기만 하다. 그리고 염려해주고 있는 여러 사람들도 고맙다. 사람 관계를무시하고 사는 편인데 이번 일을 통해 사람살이가 그렇지 않음을 배우고 있다. 내가 타인에게 관심을 쓰는 만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음은진리임에 틀림 없다. 아내에게 신경을 쓰다보니 내적으로 앓던 우울증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엇 때문에 이런 병이 걸렸는가고 아내는 여러 번 묻는다. 그리고는 남편한테 얘기도 못하고 혼자서만 속 끓인게 많아서 그렇다고 자답을 한다. 솔직히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따르라고 지나치게 강요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지않았었다.아내의 질문은 은근히 나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아내의 물음에 겉으로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심보가 나쁜 놀부가 오장칠부이듯이 당신도 마음을 바르게 쓰지 않아서 없어도 될 게 생겨 났다고.

 

이제 일주일 뒤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지금의 고통은 도리어 약이 될 것이다. 동시에 몸 뿐만 아니라 이번 병원생활이 심적으로도 아내에게 유익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처음에는 왜 이런 불행이 나에게 닥쳤느냐고 의아하게 생각되지만사실 의미 없는 사건이란 없다. 이번 일이 아내뿐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기를 소망한다. 그렇다면 어떤 아픔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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