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0]

샌. 2012. 6. 14. 10:48

공자가 시무룩해서 물었다.

"나의 참됨이란 무엇입니까?"

어부가 말했다.

"나의 참됨은 정기가 신실함에 이르는 것이다.

정(精)하고 성(誠)하지 못하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억지로 곡을 하는 것은 비록 슬퍼한들 슬프지 않고

억지로 성내는 것은 비록 엄하게 한들 위엄이 서지 않고

억지로 친절한 것은 비록 미소를 지어도 화기애애하지 않다.

내 본성이 슬프면 소리가 없어도 슬프고

내 본성이 노하면 나타내지 않아도 위엄 있고

내 본성이 사랑하면 웃지 않아도 화합한다.

내 본성이 안에 있으면 신명이 밖으로 동하나니

이것을 고귀한 참된 나라고 하는 것이다."

 

孔子愁然曰

請問何謂眞

客曰

眞者精誠之至也

不精不誠不能動人

故强哭者雖悲不哀

强怒者雖嚴不威

强親者雖笑不和

眞悲無聲而哀

眞怒未發而威

眞親未笑而和

眞在內者神動於外

是所以貴眞也

 

    - 漁父 3

 

'참됨은 정과 성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眞者精誠之至也]는 장자 사상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장자>에 나오는 진인(眞人)은 바로 정과 성이 지극한 경지에이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정(精)과 성(誠)이 무엇이냐는 철학적 논의에 속하겠지만, 대체로 정(精)은 생명의 알짬으로 지극히 아름답고 순수한 상태를 가리킨다. 성(誠)은인간 정신 활동의 영역에 속하며 바르고 거짓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정(精)은 내재적이고, 성(誠)은 겉으로 드러난 의미가 강하다.

 

우리가 '정성이 지극하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것은 마음이 지극히 선하고, 아름답고, 바른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사심이나 명리를 추구하지 않고,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난 경지를 뜻한다. 바로 이런 경지에 이른 사람이 진인(眞人)이다. 장자가 말하는 이상적 인간의 모습이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소리를 내지 않아도 슬픔이 표현되고, 화내지 않아도 위엄이 드러나며, 웃지 않아도 화합하게 된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못 이루는 일이 없다.

 

여기서는 어부의 입을 빌려 유가의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실질이고 내용이다. 형식에 치중하다 보면 가식과 위선적 삶이 되기 쉽다. 인간으로서의 알짬살이는 '참나'가 되는 것이다. 반본귀진(返本歸眞), 이보다 더 귀중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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