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예봉산에 오르다

샌. 2008. 3. 8. 19:03



팔당까지 전철이 연장되어 예봉산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토요일 오전의 팔당행 전철은 전부 등산객들 뿐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길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길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그러니 아무리 길을 만들어도 그 길은 곧 포화 상태에 이르기 마련이다. 서울 근교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한적했던 예봉산이 전철이 이어진 이후로 몸살을 앓는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예전에 버스 타고 갔었던, 사람이 드물었던 예봉산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줄을 잇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침에 K 형에게 연락하여 같이 에봉산을 올랐다. K 형은 전화만 하면 언제나 OK다. 오늘도 방콕할 예정이었다며 반가이 나와주었다. 둘은 혹시나 이른 봄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일부러 계곡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나 아직 때가 일렀다. 전반적으로 올해는 예년에 비해 두 주일 정도꽃이 나오는시기가 늦는다고 한다. 겨울 후반부에 날씨가 싸늘했던 탓이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겨울 석 달여는 거의 칩거 수준으로 보냈다. 그래서 몸은 말이 아니게 풀어져 있었는데, 오랜만에 600 m 급의 산을 오르니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다. 날씨마저 맑고 상쾌해서 도시의 답답한 공기 속에서 찌들었던목과 폐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며 기뻐했다. 몸에 활기가 도니 정신 또한 생기를 되찾게 된다. 올해는 아무래도 산을 자주 찾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예봉산에서 적갑산으로 가는 능선길에서는 한강과 덕소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둘은 적갑산을 거쳐 운길산까지 갈까도 했지만 몸을 생각해서 적갑산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덕소로 내려왔다. 예봉산-적갑산-운길산-수종사로 연결되는 종주 코스는 전부터 꼭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었다. 망설이다가 포기를 했는데 발길을 돌리면서도 무척 아쉬웠다.

 



산을 다 내려와서 길섶에서 작은 별꽃을 만났다. 올해 들에서 본 첫 꽃이었다. 순백의 꽃잎 뿐만 아니라 금방 돋아난 초록색의 토실토실한 잎이 무척 예쁘고 귀여웠다. 이제 조금 있으면 온 대지가 저렇게 초록 색깔로 물 들 것이다. 어디에서나 생명의 합창이 울려퍼질 때가 코 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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