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소백산 친구 집

샌. 2012. 6. 10. 22:26


단양군 대강면 소백산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을 삼삼회 회원들과 찾아갔다. 수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준비하더니 작년 퇴직 후에는 가족과 떨어져 거의 상주하며 살고 있다. 좁은 비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 산골은 생각보다 깊었다.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는 오지였다.

 

깊은 산중이어선지 터의 경사가 급한 게 흠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산세도 험했다. 어느 건축가의 얘기를 들으니 사람들이 고르는 터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차분한 사람은 차분한 터를 고르더라는 것이다.이 터가 친구에게는 잘 맞을 것도 같다.

 



소형 이동식 주택은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전기 패널로 난방을 하고 화장실은 밖에 따로 있었다. 취사는 소형 가스통을 충전해 쓰고, 동네와 왕래할 때는 작은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친구는 이런 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었다.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 산속 거처를 나도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다시 새록새록 일어났다. 외지기는 하나 사람의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이곳이 부러웠다. 이런 쉼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앞 개울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이고 다른 솥에서는 닭백숙을 만들었다. 이 두 메뉴로 이틀 동안 재탕, 삼탕 해서 먹었다. 이런 데 나오면 먹을거리 때문에 나는 고생을 한다.

 

초등 친구들이니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이들이다. 막역해서 좋기는 하나 투박한 부분도 있다. 대화의 내용이나 놀이 등에서 어긋날 때가 잦다. 60대 경상도 남자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떻겠는가. 그러나 배울 점도 많다. 어떤 차이나 허물일지라도 유년의 공통된 추억이 모든 것을 덮어준다.

 



아침의 산안개가 시시각각으로 천변만화하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이런 데서 살면 저 산을 닮아갈 수 있을까? 일부는 안에서 고스톱을 치고, 일부는 밖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나는 홀로 주변을 산책하며 공상에 빠졌다.

 




산길에는 꿀풀과 산딸기가 많았다. 폐가가 띄엄띄엄 눈에 띄었는데 사람이 들어오려는지 수리를 하는 집도 있었다. 도시에 살면서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향에도 빈집이 나오면 이내 새 임자가 찾아든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친구는 지금의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성격도 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친구와 비교할 때 나는 게으르고 사교적이지 못하다. 이는 시골 생활을 하는데 큰 약점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내 스타일에 맞는 유형의 삶도 있을 것이다.내가 가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탐색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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