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5]

샌. 2011. 11. 9. 10:18

장자는 집이 가난했다.

어느 날 장자가 감하후에게 양식을 빌리려고 갔다.

감하후가 말했다. "좋소!

내 연말에 세금을 걷으면 삼백 금을 빌려주겠소.

이제 됐습니까?"

장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말했다.

"내가 어제 여기로 오는 길에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소.

내가 뒤돌아보니 수레바퀴 웅덩이에 붕어가 있었소.

나는 물었소.

'붕어야,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붕어가 말했소.

'나는 동해의 파도를 담당하는 신하라오.

그대는 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 나를 살려주지 않겠소?'

그래서 내가 답했소. '좋소.

내가 곧 오나라와 월나라 왕에게 유세하러 가려는데

그때 양쯔강의 물을 서쪽으로 흐르게 하여

그대를 맞이하겠소.

이제 됐습니까?'

그러자 붕어는 얼굴이 벌개지며 나에게 말했소.

'나는 나의 상도를 잃고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라오.

나는 한두 바가지 물만 있으면 살 수 있소!

그대가 이런 말을 하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건어물 가게에서 날 찾는 것이 나을 거요!'"

 

莊周家貧

故往貸粟 於監河候

監河候曰 諾

我將得邑金 將貸子三百金

可乎

莊周忿然作色曰

周昨來 有中道而呼者

周顧視車轍中 有부魚焉

周問之曰

부魚來 子何爲者邪

對曰

我東海之波臣也

君豈有斗升之水 而活我哉

周曰 諾

我且南遊吳越之王

激西江之水

而迎子

可乎

부魚忿然作色曰

吾失我常 與我無所處

吾得斗升之水然活耳

君乃言此

曾不如早索我 於枯魚之肆

 

    - 外物 3

 

공자와 달리 장자의 일생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칠원의 말단 관리로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것이다. 제후들이 초빙해도 거절하고 자유로운 삶을 택했으니가난이 장자에게는 당연했고 또 어울렸는지도 모른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장자를 상상하기는 불가능하다. 장자는 궁핍할 정도로 가난 속에서 살았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당당했다. 지금 여기에도 양식을 구하러 친구를 찾아가는 얘기가 나온다. 비유로 말하는 장자의 현란한 말솜씨가 빛나 보이는 대목이다.

 

양식을 얻으러 온 장자에게 감하후는 연말에 세금을 걷으면 삼백 금을 빌려주겠다고 말한다. 자기 돈도 아니고 세금을 거둬 나중에 빌려주겠다는 말에 장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화를 낸다. 여기서 장자의 화는 양식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본말이 전도된 삶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생명 대신돈과 명예를 우선시하는 물질화된 인간 의식에 대한 분노다. 또한, 공허한 이념과 가치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다. 목 마른 사람에게는 우선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왕에게 유세해서 강물을 돌리려 해서는 이미 때가 늦다. 이는 아마 좋은 정치를목표로 이곳저곳 유세하며 돌아다니는 무리를 겨냥한 말로 보인다.

 

'나는 나의 상도를 잃고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라오[吾失我常與我無所處].' 수레바퀴 웅덩이 속에서 목말라 하는 붕어의 이 말은 바로 우리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게 아닐까. 살기 위해서는 우선 한두 바가지의 물이 급하다. 시중(時中)의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약속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를 살려주는 생수, 그게 뭘까, 이 비유를 통해 장자가 말하려는 의도를 이리저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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