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물건리 방조어부림

샌. 2005. 3. 5. 16:12



남해도의 물건리에는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된 방조어부림(防潮漁府林)이 있다. 어촌마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는 대개 방풍림이 있지만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규모도 대단하고 나무들의 종류나 나이도 다른 방풍림에 비하여 다양하고 오래 되었다. 곡선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약 1.5km 길이에 걸쳐 팽나무, 말채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등 40여종의 나무 7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방조어부림'이란 뜻은 폭풍우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고기떼를 부르는 숲이라고 한다. 잘 가꾸어진 방풍림이 바다 바람이나 파도를 막아주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고기잡이에도 이용된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다. 이것은 물고기들이 녹색을 좋아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아래로 모여드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건리 사람들에게 이 숲은 거의 신앙의 대상이라는데, '숲을 헤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얘기가 전해져와 나무 한 그루 베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숲은 이렇게 온전히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난 달에 찾아갔을 때는 겨울이어서 녹색 숲의 화려한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앞에 있는 밭에서는벌써 연초록 마늘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바닷물이나 바람의 피해를 막아주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의 쉼터를 제공해 주며, 또 고기까지 불러모아 주는 고마운 숲이 이제는 경관의 아름다움으로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수 백년 전 이 숲을 처음 조성했던 어느 선각자의 혜안이 다시금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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