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처녀치마

샌. 2004. 12. 1. 18:57


 

처녀치마는 수줍은 듯 숨어서 피어나는 꽃이다. 이른 봄, 아직 산에는 잔설이 남아있는데 처녀치마는 어두운 산골짜기에서 외롭게 꽃을 피운다.

 

이 꽃은 모양도, 이름도 특이하다. 굵은 꽃대 위에 다닥다닥 보라색 꽃이 달려있고, 크고 긴 잎은 땅에 붙어서 펼쳐져 있다. 그러고 보니 꽃이나 잎이 여성의 치마 모습을 닮은 것도 같다. 꽃은 주름이 많아 부풀어오른 풍성한 스커트가 연상이 되고, 잎이 땅에 펼쳐진 모습은 늘씬한 롱스커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이 꽃의 일본명을 잘못 옮긴 것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이 꽃의 일본 이름이 猩猩袴(쇼우조우바카마, 성성이치마)인데, '쇼우조우'라는 발음이 소녀(少女)의 '쇼우조'와 비슷해서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처녀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식민지 시대 때 아직 주체적인 식물 조사나 분류를 하지 못하고 일본 이름을 차용해서 써온 슬픈 역사의 유물이 이 꽃 이름 속에 담겨있는 셈이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이른 봄날 산길에서 귀하게 만나게 되는 이 꽃을 보면 특이하고 귀여운 모습에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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