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는 계절

 

 

짝짓는 계절이다. 요사이는 결혼식장 찾아다니기 바쁘다. 지난 주말에는 세 군데를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했다. 몸은 바빠도 친지의 경사를 축하해주고, 겸해서 격조했던 사람들과도 만나니 즐거운 일이다.

 

다녀보면 결혼식 분위기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보다 훨씬 분위기가 밝고 경쾌해졌다. 정해진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토요일 낮 예식에서는 주례를 신랑 아버지가 맡았다. 처음 볼 때는 어색했는데 고정 관념을 깨는 발상이 재미있었다.

 

저녁 예식은 더 파격적이고 흥겨웠다. 우선 신랑, 신부가 같이 손을 잡고 입장했다. 가끔 보기도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 딸을 보낼 때 나도 신랑과 신부의 동시 입장을 바랐지만, 딸이 꼭 아빠와 함께 들어가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또 결혼 예식은 사돈네 의사도 존중해줘야 하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식은 주례도 없었고 둘이서 결혼 약속을 낭독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신랑 아버지가 둘에게 주는 편지를 읽었다. 형식적인 주례사보다는 훨씬 의미가 있었고 가슴에 닿았다. 첫 번째 부탁이 잘 놀고 즐겁게 살라는 것이었는데, 역시 친구다웠다. 친구는 평상시에 아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새로운 동무가 생겼지만 약속한 대로 아빠와도 계속 동무처럼 지내자는 당부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친구야,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없는 셈 치는 게 마음 편할지 몰라. ㅎㅎ....

 

피로연 자리도 잔치 분위기로 흥겨웠다. 케이크를 자르는 것 같은 딱딱한 형식 대신 하객 중에서 베스트 드레스를 뽑아 와인을 선물했다. 여러 사람이 자진해서 나와 덕담을 나누는 모양도 보기 좋았다. 근래 참석한 중에서 가장 멋있고 자유분방한 결혼식이었다.

 

결혼은 예로부터 인륜지대사로 준비 과정에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가 더 그렇다. 앞으로는 결혼 당사자 중심으로 좀 더 가볍고 간소해졌으면 좋겠다. 결혼에 드는 비용이나 하객 규모 등 줄어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시대가 변하면 형식이나 내용도 자연히 바뀌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