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무등 / 황지우

샌. 2013. 1. 8. 10:35

절망의산,

대가리를밀어버

린, 민둥산, 벌거숭이산,

분노의산, 사랑의산, 침묵의

산, 함성의산, 증인의산, 죽음의산,

부활의산, 영생하는산, 생의산, 회생의

산, 숨가쁜산,  치밀어오르는산,  갈망하는

산, 꿈꾸는산, 꿈의산, 그러나 현실의산, 피의산,

피투성이산, 종교적인산, 아아너무나너무나 폭발적인

산, 힘든산, 힘센산, 일어나는산, 눈뜬산,  눈뜨는산,  새벽

의산, 희망의산, 모두모두절정을이루는평등의산, 평등한산, 대

지의산, 우리를감싸주는, 격하게, 넉넉하게, 우리를감싸주는어머니

 

- 무등(無等) / 황지우

 

 

무등산에 오르기 위해 내일 남쪽으로 간다. 대선 끝나고 술을 마시다가 문득 무등산이 생각났다. 찾아가고 싶었다. 그 이름만으로 만나고 싶었다. 무등(無等)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이기에 슬픈 이름이다. 시에 나오는 첫 이름이 '절망의 산'이다. 그러나 눈뜨면 무등세상(無等世上)이 보인다. 희망의 산, 평등의 산, 우리를 감싸주는 어머니의 품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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