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 무등산

샌. 2013. 1. 11. 18:08

 

무등산은 오래전부터 찾고 싶었던 산이었다. 그곳은 민주와 저항을 상징하는 산으로 각인되어 있다. 무등(無等)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련한 동경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패배한 뒤에는 더욱 무등의 품에 들고 싶었다.

 

새해 첫 산행으로 경떠회에서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정이 생긴 여러 명이 빠지고 결국 셋이서 단출하게 출발했다. 셋은 전날 담양의 몇몇 정자를 둘러보고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후 산 아래 허름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잤다. 아직도 이런 숙소가 있나 싶게 70년대 여관 분위기가 나는 숙소였다.

 

남쪽 지방인데도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남광주시장으로 나가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김밥을 준비한 후 증심사(證心寺)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많았다. 전라도 사투리가 정겨웠다.

 

 

 

세 시간이 넘게 걸려 입석대(立石臺)에 도착했다. 7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긴 주상절리라고 한다. 제주도나 한탄강에서 본 주상절리와 달리 산 정상부에 있는 게 특이했다.

 

무등산은 최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인구가 백만이 넘는 대도시 옆에 1천m 급의 산이 있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특히 정상부의 입석대와 서석대는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무등산 정상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여기가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다. 사방으로 전망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무등산은 해발 900m 이상은 관목만 자라고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은 역시 스케일이 달랐다.

 

아침에 산 아래서 봤을 때는 정상부에 눈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녹았는지 많이 시들어 있어 아쉬웠다.

 

 

 

하산길에 본 서석대(瑞石臺). 같은 주상절리지만 입석대와 느낌이 다르다. 서석대가 웅장하고 남성적이라면 입석대는 아담하고 여성적이다.

 

 

내려가는 길에 중붕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과 서석대 풍경. 중봉 능선의 칼바람은 대단했다. 겨울 소백산 능선에 선 기분이었다.

 

 

서쪽으로는 광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아픔을 간직한 도시지만 멀리서는 포근하고 아늑하게 보였다. 이번 산행에서 만난 광주 사람들은 모두가 무척 친절했다. 한때 광주와 전라도를 오해했던 시절도 있었다. 마음을 열면 이해하지 못하고 껴안지 못할 게 없다.

 

무등산을 직접 올라보니 산은 생각보다 컸으며 고향 품처럼 넉넉하고 따뜻했다. 증심사에서 중머리재를 거쳐 입석대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졌다. 숨을 헐떡이게 하는 깔딱고개도 없었다. 장불재부터는 호쾌한 전망이 시원했다. 내 고향 소백산을 연상케 하는 산이었다.

 

이번 산행으로 오랜 소원 하나를 풀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원효사를 기점으로 무등산을 한 바퀴 라운딩하는 코스도 도전해 보고 싶다.

 

 

* 산행 시간; 6시간(09:30 ~ 15:30)

* 산행 거리; 약 10km

* 산행 경로; 증심사 주차장 - 증심사 - 중머리재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중봉 - 동화사터 - 토끼등 - 문빈정사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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