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삼천동 곰솔

샌. 2013. 5. 12. 15:59

 

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송(海松), 껍질 색깔이 검다 하여 흑송(黑松)이라고도 불린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있는 이 곰솔은 특이하게 내륙 지방에 있다. 원래 이곳은 인동 장씨의 선산이었는데, 곰솔은 선산을 지키는 나무였다. '장씨산송대(張氏山松臺)'라는 표지석이 아직 남아 있다. 전에는 열여섯 개의 가지가 펼쳐진 모양이 아름다워 학송(鶴松)이라고도 불렸다 한다.

 

그런데 나무가 지금처럼 처참하게 변한 건 2001년이었다. 당시 이 지역이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땅값이 뛰었다. 그러자 나무가 죽으면 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것을 노린 누군가에 의해 독극물이 주입되었다. 나무 밑동에 공구로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약을 넣은 것이다. 그렇게 나무는 죽어 갔다.

 

곰솔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결과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상태나마 지킬 수 있었다. 1/4 정도의 줄기만 겨우 살아남았다. 썩은 나무의 본 줄기는 걷어내고 보형재로 가짜 줄기를 세웠다. 옛 모습을 재현한 가짜 가지도 만들었다. 이렇게라도 살아남은 것이 대견할 뿐이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희생된 나무가 한둘이 아니다. 비단 나무만이 아니라 토지 보상 문제에 앙심을 품고 남대문에 방화한 경우도 있었다. 나무를 죽이려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흉한 몰골로 변해 버린 삼천동 곰솔은 우리 시대의 물신주의를 온몸으로 고발하고 있다.

 

남은 줄기에서 돋아난 잎은 색깔도 진하고 싱싱하다. 생명이 얼마나 질긴 것인가를 보여준다. 삼천동 곰솔은 1988년에 천연기념물 355호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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