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걱정하지 마

샌. 2013. 9. 3. 10:07

"어떻게 지내셔?"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지 뭐." "일산 킨텍스의 건축 박람회 보러 가자." "나가는 것도 귀찮다. 그냥 집에 있는 게 편타." "야, 너무 그러면 폐인 된다. 바깥바람도 쐬고 그래." "알겠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뭣 하고 있어?" "똑같지 뭐. 집에 있어." "답답하지 않냐?" "답답하긴, 이게 편하고 좋은데." "집에만 있으면 생지옥이 따로 없는데, 하여튼 희한타." "......."

 

최근에 두 친구와 통화한 내용이다. 집에서 할 일 없이 논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긴다. 한 친구는 끔찍하게도 '생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사업하는 친구인데 그는 지금까지 일 없이 집에서 놀아본 적도 없다. 그런데 닥치지도 않은 것을 두려워한다. 남자가 집에서 빈둥거리면 왜 안 되는 걸까? 할 일이 없다는 걸 무능력과 동일시하는 걸까?

 

나는 아무 일 없이도 잘 지낸다. 욕망하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나는 분주함이 싫다. 노년의 취미 활동도 왕년에 일하듯 하는 사람이 있다. 잠시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백수가 더 바쁘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친구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람은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야.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누구의 삶이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을 때의 충만함을 알겠니? 당분간은 휴대폰도 버리고 잠수하고픈 생각도 들어. 연락이 안 되더라도 어디선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해. 정말 잘 지내고 있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에 둔해지기  (0) 2013.09.26
블로그 10년  (0) 2013.09.12
포기하지 않으면 꾸준히 는다  (0) 2013.08.25
갖고 싶은 카메라  (0) 2013.08.18
반가운 소식  (0) 201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