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그들이 말하지 않는 원자력 비밀 11가지

샌. 2011. 6. 21. 17:11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다. 시간은 아무리 아픈 상처도 아물게 하는 것 같다. 이젠 방사능이라는 말을 들어도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덤덤하다.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도 많이 사라졌다. 세상의 다른 필요악처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감각이 필요하다. 정부의 홍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바보는 이제 없을 것이다.이번 주 <주간 경향>에 원자력에 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제목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원자력 비밀 11가지’다. 내용을 간추려 옮긴다.

1) 체르노빌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1986년 세계 최악의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기 원자로는 사고 직후에 폐쇄됐고, 제2기는 1991년, 제1기는 1996년에 차례로 폐쇄됐다. 2000년 12월 15일 제3기 원자로가 가동 중단되면서 이 발전소는 영구 폐쇄된다. 당시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저명인사 2000여명 앞에서 가동 중단 버튼을 누르며 “모든 인류를 위해 체르노빌은 반복되어서는 안 될 비극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며 오늘 우리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전력생산이 없는 이곳에 11년째 발전소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왜? 이곳에 묻혀있는 핵연료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기 위해서다.

2) 원전 운영엔 25년, 폐쇄엔 120년

흔히 원전은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이라고 불린다. 왜 그럴까? 현재 운전 중인 전 세계 원전의 평균 가동연수는 25년이다. 하지만 원전은 일반 공장처럼 “문 닫는다”는 발표 즉시 폐쇄되는 게 아니다. 적어도 30년, 길게는 120년까지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끄집어내는 데 1~2년, 기기와 배관에 묻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7~8년. 이후 원자로 건물 해체→원자로 압력용기 절단→부지의 오염제거 작업 등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체르노빌의 경우 사고 이후 80년이 지난 2065년까지 오염제거 작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3) 원전해체철거비용 쓰나미가 몰려온다

1962년부터 30년 넘게 가동된 국내 첫 연구용 트리가원자로 1호기가 올해부터 해체에 들어간다. 앞으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원전 해체는 굉장히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1957년 화재로 5등급 방사능 유출사고가 난 영국 셸라필드 윈드스케일 원전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원자로를 해체 중이다. 비용만 최소 1조9429억원이다. 1997년 30년 수명을 끝낸 일본 도카이 원전은 해체기간 23년, 비용 1조2338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는 원전 1기당 철거해체 비용을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이 비용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얹힐지도 모른다.

4) 대한민국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104기(미국), 58기(프랑스), 50기(일본), 32기(러시아)에 이어 21기가 가동 중인 대한민국은 세계 6위 원자력 대국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국토면적 당 시설용량을 계산해보면, 한국은 세계 1위가 된다. 좁은 땅에 원전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는 뜻이다.

5)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는 ‘0’곳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연료’로,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내보내기 때문에 평균 1만년 정도 생태계에서 격리되어야 한다(어떤 전문가는 10만년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전 세계 31개국에서 44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저장소는 한 곳도 없다. 그래서 이를 두고 “수많은 자동차가 다니는데 폐차장이 없는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6) 방사성폐기물은 ‘낙동강 오리알’

미국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를 짓기 위해 20년을 끌어왔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네바다 사막의 ‘유카 마운틴’에 저장소를 짓기로 결정했다. 네바다주는 이를 거부했다. 미 의회가 2002년 7월 다시 승인했지만, 최근 오바마 정부가 이를 중단키로 해 현재 프로젝트 자체가 유예 중이다. 대만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북한에 수출하려 했지만, 우리나라의 반발로 좌절된 경험도 있다.

7) 우리도 2016년이면 포화.... 머지않은 미래

1978년 우리나라의 원전 첫 가동 이후 현재까지 쌓인 폐연료봉은 1500만개에 달한다. 폐기물저장소가 없어 지금은 원전 내에 임시보관 중이다. 2016년이면 한계에 달한다. 방사능 위험이 덜하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소를 짓기 위해 안면도, 굴업도, 부안을 거쳐 경주로 결정된 18년의 국가적 논란을 보면 어째 원자력의 전기값이 싸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8) 사고 나면 보험금은 국민 세금으로

우리나라에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날 경우 보험금으로 국민세금이 투입된다. 지역주민 등의 피해에 대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손해배상 상한선은 원전 단지당 500억원뿐이다. 500억원부터 5300억원까지 정부가 부분지원하고, 5300억원이 넘으면 정부가 책임진다.

9) 80년 내 우라늄 바닥나면 원자력도 끝

원자력은 지속가능할까?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화석연료 고갈에 대응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원자력발전의 주요 원료 또한 ‘우라늄’이라는 천연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라늄은 캐나다와 호주, 카자흐스탄 등 상위 8개국이 전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93%를 차지하는데, 석유보다 더 편차가 심하다. 게다가 원자력계에서 추정하는 우라늄 가채년도는 고작 80년이다.

10) 신규 원전 건설, 동아시아만 달린다

중국은 1991년 친산 1호기를 시작으로 1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현재 27기를 새로 건설 중이어서 세계 1위의 원전 건설국가로 꼽힌다. 뒤이어 러시아가 11기, 한국이 5기를 건설 중이다. 2030년이면 한·중·일에 197~199기가 들어서 원전의 최고 밀집지대가 된다. IAEA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새로 건설 중인 35기의 원자로 중 2기만 유럽에 분포해있다. 미국의 경우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았다. 동아시아만 거꾸로 가는 건 아닌지 반문해볼 일이다.

11) 프랑스의 길? 독일의 길?

58기의 원전을 보유한 프랑스는 전력의 80%를 원자로로 해결한다. 원자력의 전력 생산비율 세계 1위다. 원전은 프랑스의 주요 수출품이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 사르코지는 “원자력발전을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폭염으로 인해 냉각수 온도가 높아져 원전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정부차원의 노력 끝에 지금은 태양광, 풍력 등 대부분의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3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22년까지 독일의 원전 가동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도 도입 당시엔 매우 비싼 에너지였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에 가격이 떨어졌다. 프랑스와 독일, 우리는 어느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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