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따스한 고독

샌. 2014. 10. 11. 08:02

거의 칩거 상태다 보니 사람 만나는 일이 한 달에 두어 번밖에 안 된다. 고립도 습관이 되니 편하다. 뭔가 부족을 느껴야 모임에도 나가고 할 텐데 지금에 만족하고 있으니 그냥 내 식대로 살고 있다.

 

삶의 길에 정답은 없다. 나를 기준으로 남을 재단하는 것은 오만이다. 남에게 평가를 받고 싶지 않듯, 나도 남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열심히 움직이면 되고, 나 같은 사람은 정적인 삶을 살면 된다.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바둑 모임도 즐겁고, 가끔 동기들끼리 당구를 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대화를 하게 되면 달라진다. 그들과 나 사이에 높은 장벽을 느낀다. 소통을 하려고 애쓴다고 소통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며 미리 마음 다짐을 한다. 제일 좋은 건 책을 읽을 때다. 글을 통해서 지은이가 하는 얘기를 듣고 공감할 때가 나로서는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나만의 공상에 빠진다. 홀로 있을 때가 가장 충만하다.

 

너무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의 삶은 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게 옳다고 믿는다. 마음의 요구에 억지로 반하면서까지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벗은 소수로도 충분하다. 백수 4년 차, 곁가지 모임은 떨어져 나가고 이젠 단출하다.

 

집 가까운 곳에 별채를 하나 구해서 텃밭 가꾸며 책 읽고 글쓰기만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지난달에 그런 집이 하나 나왔지만 사정이 생겨 보류했다. 전 같았으면 무리해서라도 성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걸 순리에 따르기로 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내가 찾아가기보다는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될 일은 어차피 되게 되어 있으니까.

 

이것저것에 아웅다웅하는 건 여전하지만 지금 생활에 나는 만족한다.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떠난 삶이 내 체질에 맞는다. 그냥 이런 식으로 살 것이다. 고독도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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