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닥터 지바고

샌. 2015. 1. 2. 12:12

 

신정 오후에 TV로 방영된 이 영화를 거실에서 편하게 보았다. 세 번째 보는 '닥터 지바고'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본 게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아마 학교에서 단체로 갔을 것이다. 그 뒤에 40대 때 다시 한 번 보았다.

 

같은 영화지만 나이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다르다. 고등학생일 때는 꽤 난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시베리아 설원의 풍경에 감탄한 것 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40대 때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에 마음이 기울었다. 아내 토냐에 대한 연민도 컸다. 그런데 60대가 되어 보는 '닥터 지바고'는 혁명과 시대의 격류에 휩쓸린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모든 인물들의 비중이 거의 대등하게 다가왔다.

 

'닥터 지바고'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 묘사가 뛰어난 영화다. 모든 인물이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혼란한 시기에도 고결한 정신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절대화된 혁명 이념이 사람을 얼마나 완고하게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서구에서 만든 영화이어선지 영화는 혁명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혁명의 당위성도 여러 장면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혁명이 대의명분상으로 아무리 옳더라도 민중의 무수한 희생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백 년이 다가오지만 초기 혁명의 이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등사회를 향한 인간의 꿈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50년 가까이 되었지만 몇 번을 봐도 느낌이 신선하다. 화면이나 이야기 전개가 옛날 영화의 느낌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의 50년 전 영화와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명화의 반열에 족히 들 만하다.

 

2년 전 캐나다에 갔을 때 '닥터 지바고'를 캐나다에서도 여러 장면을 찍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지바고와 토냐가 숨어 살던 시골집 인근에 있는 기차 정거장이 영화에서 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이번에 영화에서 다시 확인해 보는 것도 즐거웠다. '닥터 지바고'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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