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정신의 유연성

샌. 2015. 1. 29. 11:16

나이 들수록 경계해야 할 일이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다. 늙으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과신하게 되고 그것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이 자주 한 "그거 내가 해 본 건데"라는 식의 건방진 발언도 나온다. 다 생각이 굳어진 결과다. 반면에 젊다는 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다른 걸 배척하지 않는다. 아직 나와 외부를 가르는 벽이 완성되기 전이다. 사고방식이 경직되지 않았다.

 

어릴 때는 부드럽다가 늙으면 딱딱해지는 건 자연의 원리다. 두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모임에 나가 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보인다. 큰소리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과신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모른다. 젊은 때는 호기로나 보이지 늙어서는 영 꼴불견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다른 사람 얘기를 들으려 하고 말을 하더라도 단정적인 표현은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청춘이란 육체적 나이가 아니라 정신이 유연한 사람이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이 부드러우면 젊은이다. 마음이 부드럽다는 건 호기심이 많고,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감탄을 잘한다는 의미다. "해 봐야 뭣해" "안 봐도 뻔해" 등의 말을 쓰거나, 삶을 공식이나 법칙 다루듯 하면 더 이상 청춘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대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고집이 강하다.

 

사람만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동맥 경화 현상이 일어난다. 소통이 안 된다고 하고, 여기저기서 마찰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꼴이 비슷하다. 단순히 노인 인구가 증가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정신이 늙었기 때문이다. 성장과 개발 외에 싱싱한 다른 삶의 방식을 꿈꾸는 사람이 적다. 우리는 너무 경쟁과 성장의 패러다임에 갇힌 사회다.

 

생각하는 백성이 되어야 나라가 젊고 건강해진다. 당장 발 앞의 이득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면서 다름을 받아들이는 지혜는 거저 생기지 않는다. 주위를 돌아보면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는다. 은퇴 이후의 남는 시간을 책과 친해지라고 하면 대개는 시큰둥하다. 더 따분하게 만들지 말라는 투다.

 

사람이 정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이다. 친구는 끼리끼리 어울리지만 책을 통해서는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상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준다. 그렇다고 책만 많이 읽는다고 장땡은 아니다.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되듯 편향된 지식은 오히려 소통의 장벽이 될 수도 있다. 독서와 함께 반성과 성찰이 따라야 하는 건 필수다.

 

자기주장과 견해를 가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집의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어떤 길을 가든 마찬가지다. 이건 누구가 아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옹고집 기질이 자꾸 나타나는 걸 보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지식이나 철학, 신조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감성과 정신의 유연성이 아닌가 싶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딘 감성과 상상력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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