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귀여운 고양이

샌. 2015. 4. 9. 21:08

 

고향집을 제 터로 잡고 주인 행세를 하는 고양이다. 지난겨울에 따스한 가마솥을 찾아온 뒤로 불쌍하다고 어머니가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아예 제집이 되었다. 다른 고양이는 주위에 얼씬도 못 하게 한다.

 

내가 가까이 가도 이빨을 드러내고 경계한다. 어머니조차도 제 몸에 손을 못 대게 한다. 매일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애교 한 번 부릴 줄 모른다. 오히려 때가 되면 밥 내놓으라고 큰소리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래도 고양이는 귀엽다. 개와는 전혀 다른 도도한 매력이 있다. 우선 비굴하게 굴지 않는 독립성이 좋다. 비록 밥을 얻어먹지만 너는 너, 나는 나다. 너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존감이 고양이에게는 있다. 개처럼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같이 놀아달라고 집적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이나 장소에 집착하지 않는다. 고양이 사전에는 '충성'이라는 단어가 없다.

 

그러면서 생김새는 날렵하고 균형이 잡혀 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완벽한 몸매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착지의 기술은 단연 최고다. 고양이에 비하면 인간의 몸은 너무 둔해 빠졌다. 고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창조주의 솜씨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눈은 예리하고 총기가 넘치지만 어떤 때는 무심의 경지에 든 철인이 된다. 인간사를 달관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옛사람이 요물(妖物)이라고 한 건 빈말이 아니다. 고양이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시골에 혼자 계시는 게 적적하다고 개를 놓아드려도 어머니는 귀찮아하신다. 키우다가는 개장사한테 판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귀여워하신다. 우선 먹이 주는 게 편하신가 보다. 고양이는 개처럼 많이 먹지 않는다. 먹이를 안 줘도 제가 돌아다니며 구한다. 며칠씩 집을 비워도 아무 걱정 없다. 남인 듯 남 아니게 부담 없이 지낼 수 있다.

 

나도 개는 싫지만 고양이는 좋다. 이런 성향은 관계 맺기와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타자에게 간섭하기도 받기도 싫은 고독한 기질이 개보다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조사해서 분석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한식을 맞아 고향에 다녀왔다. 잡풀을 뽑으며 산소 손질도 했다. 주변 나무를 정리하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있는 내내 흐리고 가는 봄비가 내렸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놀리시는 어머니 생활은 여전했다. 아버지도 어머니 못지않게 근면하셨는데 나는 도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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