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다." 지난 10일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한 말이다. 먹사니즘/먹고사니즘은 '먹고살다'와 '-ism'의 합성어로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태도다. 또는 생계유지에 급급해 다른 것들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해서 부정적인 의미가 큰 용어다.
차기 대통령이 유력시 되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강조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설마 이 후보의 본심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는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첫째, 먹사니즘이 과연 이 시대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그마저도 아닌 '유일한' 가치라고 규정했다. 둘째, 먹사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이 후보는 금투세와 종부세를 거론하며 부자 편에 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계층간의 격차 해소라고 생각한다. 분배와 평등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은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무한경쟁의 시스템 속에서는 어느 구성원도 행복할 수 없다.
정치인이라면 먹사니즘 너머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리 현실적 과제가 시급하다 할지라도 정치에서는 추상적 담론도 필요하다.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 같은 구호가 그렇다. 이 후보에게서도 국민의 마음을 위무하는 따뜻한 언어가 그립다. 이 후보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자면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좌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우클릭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먹사니즘이 지나치면 황금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 먹사니즘은 극복의 대상이지 추구할 이상은 아니다. 먹사니즘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고 했다. 인간은 먹사니즘으로 만족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높은 의미를 찾는 존재다. 국민을 수십 년 동안 세뇌한 먹사니즘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 먹사니즘 너머의 가치를 제시하고 추구하는 정치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