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의암호에서

샌. 2016. 3. 6. 19:08

 

사람과의 친밀감은 공유하는 추억의 깊이에 비례한다. 아무리 폭이 넓다 한들 세월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년과 십대 시절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사이라면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온기로 따스해지게 된다. 누추한 현실을 버티는 힘의 상당 부분이 추억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기억은 무척 주관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의 경험이라도 같지는 않다. 수면 위로 떠오른 파편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선만 그려진 도화지에 제 나름대로 채색을 해 놓은 게 기억인지 모른다. 저장된 게 아니라 만들고 가공한 것이다. 그렇게 공유하는 추억으로 너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너는 가까이 있다.

 

의암호를 바라보는 춘천의 한 카페를 찾았다. 아메리카노 대신 카페라테를 주문하길 잘했다. 유리창 밖에는 봄비가 안단테로 내리다가 점점 빨라졌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가는 걸 봤다.

 

드름산에서 트레커 시산제를 지내는 날, 그저께부터 찾아온 어지럼증으로 산 입구까지 운전만 하고 갔다. 다들 씩씩했고, 같이 둘레길을 걸을 사람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은 봄비답지 않게 폭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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