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02]

샌. 2016. 7. 5. 10:54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었다. "만일 억지꾸러기들을 죽여서 바른 길로 나오도록 하면 어떨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를 하면서 왜 죽이자는 거요?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할 것을! 윗사람의 인품은 바람이요, 아랫사람의 인품은 풀잎이니,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쓸리고야 말걸."

 

季康子 問政於孔子 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 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 顔淵 14

 

 

공자의 정치는 덕치(德治)다. 먼저 지도자가 군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하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공자의 머릿속에는 요순시대의 이상사회가 그려졌을지 모른다. 계강자가 공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은 불문가지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 공자는 말한다.

 

그런데 공자가 대사구의 벼슬에 있었을 때 난신인 대부 소정묘를 사형에 처하고 시체를 3일 동안이나 백성들 앞에 구경시켰다. 그 덕분에 노나라의 질서가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공자도 권선징악은 분명했다. 백성을 협박하는 공포 정치를 부정했을 뿐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는 말에서 민초(民草)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 이 비유는 백성을 너무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것 같아 꺼림칙하다. 공자 시대에는 보편적인 인식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인 김수영은 '풀'에서 민중의 강인한 의지를 강조했는지 모른다.

 

.

.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204]  (0) 2016.07.22
논어[203]  (0) 2016.07.14
논어[201]  (0) 2016.06.22
논어[200]  (0) 2016.06.15
논어[199]  (0) 201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