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뭣이 중헌디

샌. 2016. 8. 15. 10:46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영화 '곡성'에서 효진이 아빠에게 절규하며 부르짖는 말이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서 남아 있는 건 이 한 마디밖에 없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경찰인 종구는 악귀가 든 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딸을 돕는다는 게 오히려 더 사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악마와 한 편인 무당을 불러 굿을 해서 효진을 괴롭힌다. 마지막에는 딸을 살릴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만 좋았을 뿐 현상의 이면을 볼 줄 몰랐던 종구는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한다. 효진의 "뭣이 중헌디?"라는 외침이 그래서 더욱 애절하다.

 

종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열심히 산다는 게 결국 악의 세력에 복무하는 결과를 낳는다. 선한 의도가 늘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되듯 악한 시스템에서는 착한 사람들의 행위가 부지불식간에 이웃과 자신을 해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뭣이 중헌디?"는 의심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는 외침이다. 세상에 길들여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쉼없이 묻지 않으면 우리는 악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텅 빈 공간에 효진의 "뭣이 중헌디?"라는 외침만 남았다. "뭣이 중헌디?"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묻는 어린 생명의 절규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정말 무엇이 중요할까?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존엄한 파티  (0) 2016.09.12
심심한 삶  (0) 2016.08.23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16.08.03
평상심  (0) 2016.07.19
진리의 역설  (0) 201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