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서프러제트

샌. 2016. 9. 10. 12:00

 

1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던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모드 와츠'는 남편과 함께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당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여성은 아직 참정권도 얻지 못했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였다.

 

모드는 우연히 거리에서 서프러제트의 시위 장면을 보고 차별적인 현실에 눈을 뜬다. 서프러제트인 동료 노동자의 권유로 집회에 참석하면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에게 딸이 있다면 그 딸은 어떤 세상을 살까요?"라고 남편에게 하는 질문에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모드는 서프러제트의 일원이 되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폭력 시위에 나선다. 감옥에도 가고 단식투쟁도 한다. 그 결과 집에서도 쫓겨나고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지도 못한다. 동료 노동자들과 이웃의 냉대도 받는다. 제일 쓰라린 대목이다. 이미 체제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사람은 같은 여성이라도 모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대부분은 현실을 운명인 양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수천 명이 감옥에 가고 죽는 희생을 치르고서 영국은 1928년에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허용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선각자들의 용기와 목숨도 마다 않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찡했다.

 

백 년 전 영국 이야기지만 공감이 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밟아온 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도 기나긴 투쟁을 해야 했다. 내 주변에서도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내한 사람이 여럿 있다. 영화는 여권을 위한 투쟁을 보여주지만, 넓게 보면 인권을 위한 인류의 끝없는 싸움의 한 과정일 뿐이다.

 

"말보다 행동을!" "노예가 되느니 반역자가 되자!"는 구호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의로운 폭력도 응당 존재한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에는 사회 현실에 눈뜨고 비판적이 되면서 개혁 운동에 투신하게 되는 한 인간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모드 와츠나 당시 영국의 현실은 낯설지 않다. 사람이 사는 세상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꿀 의지로 충만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영화 마지막에는 각국이 여성에게 선거권을 허용한 연도가 나온다. 1881년에 뉴질랜드가 최초였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작년에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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