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웃는 추석

샌. 2016. 9. 16. 15:56

 

오랜만에 삼 형제가 함께 모인 추석이었다. 손주 데리고 둘째도 다녀가서 시골집에 웃음소리가 들렸다. 전날은 벌초한 뒤 성묘하고, 같이 차례 준비를 하는 손길이 가벼웠다.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저녁을 먹고 동생네와 넷이서 두 시간 가까이 산책을 했다. 걷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를 제외하면 동생과 대면할 일이 거의 없다. 만약 어머니가 세상을 뜨시면 더욱 뜸해질지 모른다. 어디서 무엇으로 살든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하나만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기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작년 추석과 올해가 다르다. 그래도 이만큼 정정하신 게 자식으로서는 너무나 큰 복이다. 어머니에게 삶의 활력은 땅에서 나온다. 어머니를 지켜볼 때 늙어서도 본인의 일이 있다는 것은 삶의 기쁨이고 자긍심이다. 농작물은 들인 정성만큼 보답해준다. 그것이 사람과 다른 점이다.

 

지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소중한 사람에게 우리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본마음과는 달리 엉뚱하게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선을 다한다 해도, 깔깔 웃는 웃음 속에도, 그 나름대로의 아쉬움은 생긴다. 인생에서 남는 건 뭘까, 아마도 회한이 제일 큰 몫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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