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명상록을 읽는 시간

샌. 2017. 1. 8. 10:38

이 책을 읽으니 나도 '나의 명상록'을 쓰고 싶어진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를 누비면서 명상록을 썼다. 삶 역시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누구의 삶이든 세상과의, 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뇌하는 기록이 곧 명상록이 아닐까. 누구를 의식함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 '나의 명상록'이다.

 

유인창 선생이 쓴 <명상록을 읽는 시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은 느낌을 적은 책이다. <명상록>의 한 구절을 주제로 삼고 선생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문체도 부드럽고 유연하다. 선생은 직업이 기자인데 내적 성찰의 깊이가 대단하다. 많이 감동을 받은 책이다.

 

철학자를 꿈꿨던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뜻과 달리 황제가 되어야 했다. '철인(哲人) 황제'라는 명칭을 얻었지만 행복하거나 평온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몸이 약해 병고에 시달렸고, 평생 전쟁터를 돌아다녀야 했다. 아우렐리우스의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는 책이 <명상록>이다.

 

<명상록>은 대학생일 때 한 번 읽었다.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사상 전집 중 한 권이었던 같다. 황제였지만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 건 유인창 선생의 <명상록을 읽는 시간> 덕분이다.

 

동시에 이 책을 통해 스토아 철학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철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피상적으로 접해 본 여러 사상 중에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스토아 철학이다. 동양 정신이나 선불교와 많이 닿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구체적이다. 관념보다는 삶을 중시한다.

 

참고로 선생이 <명상록>에서 고른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대가 갖지 못한 것을 동경하지 말라."

 

"왜 이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는가, 라며 불평하지 말라. 그것은 목수나 구두장이의 작업장에 가서 톱밥이나 가죽 조각이 널렸다고 투덜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걱정은 부질없는 짓이다."

 

"옷을 벗고 그대의 늙고 병들고 지친 몸을 바라보라."

 

"그대에게 주어진 것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그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에 대해 비굴하게 호소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조롱하거나 화를 내거나 해롭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러면 삶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만일 그대가 외부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하자.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그대의 생각이며, 그대는 그 생각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

 

"오래 살거나 짧게 살거나 다 매한가지다. 현재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 같은 시간이고,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현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 발밑에 있는 훌륭한 것은 보지 못한 채 헛된 것을 좇다가 언제나 손 닿는 곳에 있는 행복을 놓쳤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그대는 여기저기 찾아 헤맸지만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라도 원하면 그대 자신 안에서 완벽한 휴양지를 발견할 수 있다."

 

"진정한 애정을 갖고 말하라. 훈계하지 말라.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지도 말라. 슬그머니 귀띰해 주어라."

 

"그대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성과 행동거지를 보라. 그들 중에서 제일 낫다고 여겨지는 자도 참아 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대도 그들보다 나은 것이 없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 사람이 저지른 것과 같은 잘못을 나도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물욕, 쾌락욕, 명예욕 등 그대도 같은 결함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의 방향을 돌리면 어느새 노여움은 잊히고 그 사람도 그대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디를 가나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좀 더 참고 지낼 만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불행해지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하는 일을 모르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고의로 누군가를 해한 적이 없는 내가 무슨 권리로 나 자신을 해하겠는가."

 

"현세에서 무엇이 우리를 인도할 수 있는가. 철학, 오로지 철학이다. 철학은 내면의 정신을 험담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게 지켜 주고, 모든 쾌락과 고통을 다스리며, 무분별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막아주면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게 해 준다."

 

"훌륭한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어라."

 

"한 인간의 가치는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마음과 영혼의 타락은 오염된 공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역병이다."

 

"나의 원칙은 건강하고 튼튼한가? 여기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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