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다윈의 정원

샌. 2017. 5. 28. 18:09

장대익 선생의 다윈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달리 논문식으로 무척 딱딱하다. 학술용어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진화학의 사전 지식이 없으면 어렵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이런 책은 읽기가 만만찮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만 알아보는 식으로 대략 훑어보았다.

 

그렇지만 <다윈의 정원>을 통해 현대 진화론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조망할 수 있다.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내용이 여럿 있다. 책의 1부는 현대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학술적으로 다루고, 2부는 진화학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진화학의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저자의 견해로 비판한다. 이 책의 부제가 '진화론이 꽃피운 새로운 지식과 사상들'이다.

 

인간에 대한 견해를 상기시켜주는 내용이 맨처음 나온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힌 것으로, 인간은 유전자와 밈을 전달하는 다윈 기계라는 사실이다. 다시 듣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데닛은 이렇게도 말했다. "학자는 도서관이 더 많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생물 진화의 방아쇠를 당긴 우주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전자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지구 유년기 끝날 때>라는 SF 소설이 꼭 떠오른다.

 

인간의 특징 중 하나에 공감 능력,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바로 큰 뇌를 갖게 된 이유다. 대규모의 집단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추상 능력이 필요했다. 이는 언어의 발달과도 연관된다.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뇌는 왜 커졌는가를 설명하는 사회적 뇌 이론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됨으로써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그밖에도 종교를 자연현상으로 이해하려는 세 가지 입장, 마음은 뇌와 몸,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체화된 마음 이론, 진화적 혁신의 원리 등 인간을 진화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론이 소개된다. 인간과 세계의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보완하고 융합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이 둘의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되어야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온전한 지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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