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초겨울 뒷산

샌. 2017. 12. 7. 11:24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 바람이 불지 않고 낮인데도 볼에 닿는 냉기가 시리다. 햇볕을 쬘 겸 뒷산에 올랐다. 잎을 버린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 잘 스며드는 겨울 산길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은 것 같아도 사실은 가진 게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절이 겨울이다. 그래서 가슴 한쪽이 허전한지 모른다. 때때로 진실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아픔과 쓸쓸함에서 생명에 대한 연대 의식이 생겨나는가 보다. 가만히 겨울나무를 껴안아 준다.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단단해진다. 생존과 번식에 충실한 여름 한때였지만, 고독을 견뎌내는 겨울에야 나무는 내적인 성장을 한다. 사람의 생애도 마찬가지다. 시련의 시절을 살아내는 것이 공부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따스해진다. 나무도 그렇다는 듯 가지를 살랑살랑 흔든다.

 

20대 때 읽었던 루소의 <고독한 산보자의 몽상>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홀로 산길을 걸으며 나도 '고독한 산보자'가 되어 본다. 그리고 희열을 느낀다. 자기 착각이어도 좋다. '산보'란 목적이 없는 걸음이다. 인생길 역시 산보하듯 걸어야 하지 않을까. 산길에서는 사람 동네가 장난감처럼 아기자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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