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눈 내리는 날

샌. 2017. 12. 10. 15:25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눈을 본다. 이렇게 활활 쏟아지는 모습은 올 들어 처음이다.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바싹 건조할 날씨라야 눈도 바삭바삭하고 포근하다. 오늘 눈은 땅에 떨어지면서 이내 질척거린다.

 

전에는 눈이 내리면 막걸리 생각이라도 났는데 이제는 무덤덤하다. 도리어 귀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감성이 말라가는 것 같아 슬프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썰매를 들고 바삐 어딘가로 달려간다. 내 어린 시절의 겨울이 겹쳐진다.

 

베란다의 제라늄은 여전히 붉다. 여름 겨울 없이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운다. 제라늄을 보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은 틀렸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도 잘못이다. 꽃은 꽃으로 아름다울 뿐이다.

 

한낮이 되면서 눈이 그치고 햇볕이 환하다. 그늘진 곳을 제외하고 눈은 너무 쉽게 모습을 감춘다. 가벼운 것은 변신도 빠르다. 내일은 많이 추워진다는 예보다. 베란다의 다육이들을 방 쪽으로 옮겨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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