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리틀 포레스트

샌. 2018. 4. 23. 14:41

맑고 따뜻한 영화다.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이가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치유와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혜원은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뒤 고향의 빈집에 내려온다. 아르바이트로 버티던 서울 생활은 삭막했고, 남자 친구와는 삐걱거렸다. 시골집은 고등학생 때까지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는 혜원이 대학에 들어가자 본인의 삶을 찾아 떠나갔다. 고향 마을에는 옛 친구들이 있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연이 있다. 혜원은 눈동냥 했던 엄마의 요리를 따라 하며 엄마와의 추억과 함께하면서 행복을 찾는다.

이런 자연주의 삶을 뜬구름 잡는다거나 도피적이라는 등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신주의에 투쟁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자연주의 삶이다. 재벌의 갑질을 비난하지만 내일이면 대한항공을 타고, 새로운 삼성 가전기구를 들여놓는다. 노예로서의 삶을 거부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자연주의 삶이다. 젊은이의 용기는 이런 데서 볼 수 있다.

인간 행복의 바탕은 상부상조의 따스한 인간관계다. 그러나 현대의 청춘들은 일찍부터 시스템에 길들여지고 무한경쟁에 내몰린다. 극히 일부는 성취의 만족을 맛볼지 몰라도 대부분은 좌절을 맛본다. 찔끔찔끔 내리는 문명의 단맛으로 허기를 달랠 뿐이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이 영화는 보여준다. 그렇다고 아무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혜원 엄마 캐릭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뚜렷한 자기 철학을 가진 여자다. 자연에서 살며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즐긴다. 본인만의 창의적인 레시피를 개발한다. 남편은 없지만 혜원을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킨 뒤에는 자신의 길을 좇아 독립해 나간다. 어디로 가는지 혜원에게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게 멋있어 보였다. 초등학생일 때 혜원은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했다. 그때 엄마는 말한다. "무시해 버려. 그게 가장 큰 복수야." 그래서 혜원은 당당할 수 있었고 주눅 들지 않고 클 수 있었다. 혜원이 도시에서 힘들 때 고향에 내려올 수 있었던 힘도 엄마한테서 얻었을 것이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는데 그래선지 약간 일본적인 냄새가 난다. 아기자기하고 생기발랄하다. 그러나 시골 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린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은 된다. 임순례 감독이 만들었고, 혜원 역은 배우 김태리가 맡았다. 봄을 닮은 맑고 싱그러운 모습의 순수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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