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티눈

샌. 2018. 5. 19. 12:09

발에 통증이 감지된 건 서너 해 전이었다. 새끼발가락 부근의 바깥쪽으로 신발과 제일 많이 접촉되는 부위였다. 만지면 딱딱한 게 잡히면서 누르면 아팠다. 많이 걸으니 굳은살이 생기는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올해 들어서는 걸을 때 절뚝거릴 정도가 되었다.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더니 티눈이 세게 생겼다고 한다. 석 달째 냉동치료를 받고 있다. 초기에 손을 봤으면 쉽게 고쳤을 텐데 뿌리가 깊어선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저께는 의사한테 야단을 맞았다. 걷는 걸 조심하지 않으면 치료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쉽게 재발한단다. 사실 티눈을 가볍게 보고 치료 중임에도 전혀 조심하지 않았다.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이산 저산을 쏘다녔다. 쉽게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만만치 않다.

 

내 일상의 행복은 많은 부분 걷기에서 온다. 걷는 데 지장이 생긴다면 삶의 즐거움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언젠가는 그럴 날이 찾아오겠지만 최대한 늦추고 싶다. "넌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어 좋겠구나." 더 늙어서도 이런 소리를 듣고 싶다.

 

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티눈도 대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이 원인이라고 한다. 딱딱한 신발 때문에 불편했던 적이 있었는데 꽤 오래전 일이다. 사소한 티눈일지라도 한 번 생기면 골치 아픈 존재다.  

 

비 그치고 오늘은 다시 없는 청명한 날씨다. 아침에 커튼을 열며 오늘은 어디를 걸으러 나갈까,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러나 반창고 붙은 발을 내려다보며 생각을 접는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잠시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하자. 빠른 완치를 위해서 당분간 걷기는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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