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4월 27일

샌. 2018. 4. 27. 22:41

하루 종일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침 식사를 단식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자는 본당 신부님의 부탁이 있었다며 아내는 아침을 걸렀다. 나도 덩달아 따라 했다. 4월 27일 오늘,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평화로 나아가는 선언을 했다.

 

전에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보다 이번 판문점에서의 만남이 훨씬 더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 생중계의 효과인지 몰라도 군사분계선에서 둘이 악수하고 북쪽으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퍼포먼스부터 도보다리에서의 밀담 등 가슴 뭉클한 장면이 많았다. 몇 달 전까지도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덮여 있었다. 평창올림픽 이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통일이 되지는 않더라도 제발 좀 사이좋게 지내자. 이번 '판문점 선언'에 밝힌 대로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다. 지금까지는 주인이 주인 노릇을 못 하고 꼭두각시처럼 살아왔다. 미움과 전쟁의 공포 속에서 60년을 넘게 지냈다. 이젠 정말 깨뜨릴 때가 되었다. 남과 북이 서로 손을 맞잡고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몇 차례 계기가 있었지만 이벤트로 그치고 좌초했다. 이번에는 달라지길 바란다. 합의하는 것보다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정권 초기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동안 탄탄한 초석을 놓으리라 믿는다. 이번 판문점 회담은 우리 국민의 북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 큰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해와 신뢰 없이는 남북 화해도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이 불현듯 찾아온 것 같지만 그동안에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지도자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했음을 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추진력을 신뢰한다. 그만한 능력을 갖춘 분이다.

 

지난번 예술단의 평양 공연 제목이 '봄이 온다'였다. 이제 '봄이 왔다'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마 가을쯤에는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다. 우리는 북을 원수로 여기며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았다. 후손들에게는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족 상생의 길로 우리 함께 나아가자.

 

문 대통령은 환영 만찬사에서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왕래하는 남북이 되기를 위하는 건배를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나와 비슷한 나잇대다. 내 소원 역시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다. 더 늙어서 다리 힘이 풀리기 전에 꼭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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