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부부 여행

샌. 2018. 3. 27. 08:02

친구 A가 이렇게 투덜댄 적이 있다. "마누라와 다시는 같이 여행 가지 않을 거야!" 부부가 함께 유럽 여행을 하고 온 뒤에 한 말이다. 줄곧 티격태격하느라 볼썽사나운 여행이 되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하는 여행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여행하게 되면 하루 24시간 내내 붙어 있어야 한다. 부딪힐 일이 자주 생긴다. 더구나 패키지여행은 일정이 빠듯해서 몸은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말다툼이 생긴다. 그래서 배우자보다는 친구가 편하고 좋다. 친구는 사소한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여행은 따로따로 다니는 부부가 많은 이유다.

그러나 반대인 경우도 가끔 있다. 늘 부부가 함께 해외여행을 나가는 친구 B가 있다. 한두 달씩 있다 오기도 한다. "넌 안 싸우니?" 물어보면, "왜 싸울 일이 생기는 건데?"라고 도리어 반문한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친구다. 너무 약 올라 더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허허, 웃고 만다.

나도 몇 해 전의 여행에서는 아내와 냉전을 치렀다. 주로 작은 일이 원인이다. 예를 들면, 호텔에서 아침에 식사하러 내려가는데 아내는 약속된 시간보다 미리 가려 한다. 기다려도 식당 앞에서 기다리자는 주의다. 반면에 나는 늦게 가려 한다. 사람들의 줄이 없어진 뒤에 느긋하게 먹고 싶다. 이런 식으로 일어나서부터 마찰이 생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떠날 때는 절대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능하면 아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서로 고집부리지 않고 조심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탈하게 잘 지냈다. 만약 이번에도 다퉜다면 부부 여행은 앞으로 종쳤을 것이다. 다행히 아내도 만족하는 눈치여서 다음 여행 계획을 말하기까지 한다. 생각만 바꾸면 부부만큼 편한 파트너도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여행에서는 친구끼리 온 팀이 제일 시끌벅적하고 재미있게 보낸다. 부부나 가족 팀은 조용하다. 늘 보는 가족 사이에 재잘거릴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친구는 다르다. 그러다가 너무 기분에 치우치면 오버하게 된다. 조용하게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민폐가 된다. 이럴 때가 있고 저럴 때도 있으니 서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부부는 부부끼리 가는 재미가 있고, 친구는 친구끼리 가는 재미가 있다. 어느 한쪽으로 편식만 안 하면 된다. 횟수 균형이 1:1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부부 사이에는 공유하는 추억이 많아야 정이 깊어진다.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억지로 의무방어전을 치를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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