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링컨

샌. 2021. 12. 22. 11:28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이라서 더 관심이 생겼다. 영상의 마술사라는 스필버그 감독이 링컨이라는 위대한 정치인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역시 최고의 감독이라는 걸 이 작품을 보고 나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1864년과 1865년에 걸친 링컨 대통령의 마지막 두 해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당시는 남북전쟁의 막바지였고, 링컨은 노예 해방을 위한 13차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하원과의 줄다리기다.

 

당시 미국 정치의 내막을 잘 모르면 지루할 수 있지만 감독의 역량이 이를 커버한다. 정파들 사이의 불꽃 튀는 싸움이며, 뒤에서 조종하는 링컨의 포용력과 수완이 볼 만하다. 단조롭게 보일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연출의 힘이 긴장감을 놓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남북전쟁이 배경이라 화끈한 전투신을 기대했지만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쉽지 않다.

 

노예 해방을 시킨 대통령이라 링컨이 민주당 소속인 줄 알았는데 공화당이어서 의외였다. 당시 하원에서 수정 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만으로는 20표가 부족했다. 민주당 의원을 빼내기 위해 온갖 매수와 협박이 동원된다. 결국은 두 표 차이로 통과되었다. 노예 해방이 인간 존엄성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기보다 둘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느낌을 영화에서 받았다.

 

링컨 역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실제 링컨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영화를 실감나게 만드는 데 루이스의 외모와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링컨은 역시 뛰어나고 매력적이다.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지성, 국가를 위한 책임과 사명감에 유머 감각까지 일품이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들과 마찰이 잦고, 악처로 유명한 부인인 메리 토드를 달래는 장면도 여럿 나온다. 링컨의 어두운 얼굴은 상당 부분 가정, 특히 부부 생활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링컨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부러웠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정치나 정치 지도자와 비교하며 보게 된다. 우리는 쉽게 공정과 정의를 말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행동과 삶의 뒷받침이 안 되면 공염불이다. 영화에서 링컨의 이 말은 울림이 컸다.

 

"출발점은 평등이야. 그건 균형이고 공정이야. 그게 정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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