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사랑 아니면 두려움

샌. 2022. 2. 2. 11:31

"사람에게는 중요한 이틀이 있는데, 첫 번째 하루는 모든 이에게 있지만 두 번째 하루는 없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첫 번째 하루는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 하루는 '그 하루의 이유'를 깨친 날이랍니다."

 

<사랑 아니면 두려움>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이현주 선생이 쓴 이 책은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수행 안내서다. 책은 3부로 되어 있다. 1부는 '마음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로 마음공부/수행에 들어가는 안내다. 2부 '동굴문답'은 스승과 제자의 문답을 통해 참에 접근해 가는 길을 보여준다. 3부 '꿈으로 나를 닦다'는 선생이 침묵 피정 중에 찾아왔던 꿈들을 소개한다.

 

선생은 마음공부를 '두텁고 무거운 무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라고 말한다.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마음공부에는 절차나 형식이 있는 게 아니다. 일상 속의 마음공부를 강조한다.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의 자세가 마음공부와 직결된다. 또한 내 의식 수준을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책 내용은 아주 쉽게 되어 있어 마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절로 말랑말랑해진다. 책 내용 중에서 귀한 일과 천한 일을 보는 관점이 신선했다. 귀한 일과 천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느냐에 따라 귀천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귀한 일, 천한 일이 따로 없는 걸까요? 저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귀한 일과 천한 일을 가를 때, 이 일은 귀하고 저 일은 천하다고 일의 종류에 따라서 나눌 게 아니라 사람이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부가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같은 농사일이 귀한 일도 되고 천한 일도 되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공자님 같은 분이 농사를 지으면 그 농사가 귀한 일로 되고,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 있는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그 농사가 천박한 일로 된다는 말씀입니다."

 

같은 논리로 성직(聖職)이 따로 있지 않다. 승복을 입거나 제의를 걸쳤다고 성직자는 아니다. 그런 자들이 행세를 하는 사찰이나 교회는 신성한 공간이 아니라 강도의 소굴이 된다. 우리 모두를 귀한 직업인으로, 성직자로 만드는 방편이 마음공부라 한다면 마음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사추기 시절 이현주 선생은 내 정신의 멘토였다. 특히 성경을 어떻게 읽고 신앙이 어떠해야 하는지 선생한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선생이 펴낸 책의 애독자였으며 선생의 강연에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지금 '마르코복음 읽기'를 하는 것도 선생의 영향이 크다. 오랜만에 선생의 글을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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