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를 뵙고 오다(12/12~12/14)

샌. 2022. 12. 15. 10:28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를 뵙고 왔다. 눈 내리면서 추운 날씨여서 외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사흘 내내 어머니와 한 방에서 지냈다. 옛날 얘기며 친척들과 동네 소식, 거기다가 정치 논평까지 많은 대화를 했다. 

 

몸보다 사실 더 걱정되는 건 어머니의 정신 건강이다. 말에서 치매 징조가 읽히지 않는지, 전과 달라진 점은 없는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 아직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100수를 하셨던 외할머니는 95세를 지나면서부터 치매 증세가 나타나셨다. 어머니도 정신줄을 놓게 될까 봐 제일 걱정하신다.

 

둘째 날은 오후부터 눈이 많이 내렸다. 

 

 

저녁까지 내린 적설량이 5cm는 될 것 같다. 

 

 

고향 마을은 작은 동네다. 마을회관에 모이는 노인분들은 서너 명 남짓이다. 어머니의 가장 친했던 친구분이 지난가을에 코로나로 세상을 뜨셨다. 70년을 바로 옆집에서 이웃으로 지낸 사인데 상실감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그러하겠지만 어머니 역시 외로움에 힘들어 하신다. 제일 좋은 친구가 TV다. 오전에 방송되는 '인간극장'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단골 프로그램이다. 저녁에는 8시부터 시작되는 연속극이 있다.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도 챙겨 보시고, 낮 시간에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도 즐기신다. 나는 어머니와 있을 때만 TV에 무슨 프로가 있는지 알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자꾸 힘들어진다. 어머니 역시 이것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대면이라도 되는 듯 애틋해 하신다. 그러나 떠나고 가면 곧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겠지. 내내 그런 감정으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양평휴게소에 한 번 들렀다가 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차창 밖 풍경들이 서걱거리면서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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