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쓰기의 말들

샌. 2023. 12. 13. 16:36

당구 책을 읽는다고 당구를 잘 칠 수 없듯이,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 글쓰기 책을 힐끔거리는 건 되도록이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무엇에고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기의 말들>은 '글 쓰는 사람'인 은유의 글쓰기 안내서다. 부제가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글을 써 보고 싶어지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은유의 글쓰기 수업은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팁이 많아 실제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이 책은 유명인이 남긴 104개의 문장을 소개하면서 지은이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쓰기의 다양한 길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몇 가지는 나올 것이다. 이번에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 문장은 간결하게 만들 것, 부사나 접속사 사용은 자제할 것, 내용을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어제는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설쳤다'라는 문장은 커피가 석 잔인지 넉 잔인지 사실대로 쓰면 '많이'는 필요 없어진다. 사실과 근거가 탄탄하면 부사는 빼도 된다. '어제 카페에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창이 넓은 2층 카페에서 만화 <레드 로자>를 읽었다'가 좋다. 별거 아닌데 싶은 자잘한 요소 하나하나가 인물의 욕망을 밝히고 주제의 전달의 돕게 된다. '아이와 남편을 두고 외국 여행을 떠났다'는 설명이고 '열다섯 살 아들과 남편을 두고 배낭을 꾸려 한 달간 인도로 갔다'는 보여 주기다. 좋은 문장을 쓰자면 기초에 유의해야겠다.

 

나는 글쓰기와 사진 찍기는 닮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와 사진은 뺄셈을 잘 해야 한다. 또한, 글쓰기와 사진은 사물이나 자신은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작업이다. 둘은 스쳐 지나가는 것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 제대로 봐야 친근해지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지은이가 소개한 '쓰기의 말들'이다. 꼭 글쓰기에만 해당하겠는가, 인생을 살아가는 지침으로 삼아도 좋은 문장들이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 헨리 밀러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 테드 쿠저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   - 나탈리 골드버그

매일 작업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 레프 톨스토이

시는 그것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 내는 그릇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성복

싫증 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써라,   - 미셀 드 몽테뉴

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   - 황현산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된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 우디 앨런

진실 되지 못한 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현란한 수사로 치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고운 헝겊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보자기로 오물을 싸 놓은 것처럼 흉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 한승원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 신영복

있어도 괜찮은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은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 이태준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느냐이다.   - 잭 하트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 리베카 솔닛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라고 권할 것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들을 보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흐름 속에 깊이 담들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들고, 우리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 나탈리 골드버그

둔필승총(鈍筆勝聰)   - 정약용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자기만의 운동으로 삼으라.   - 엘렌 식수

문체란, 작가가 어떤 사실을 진술할 때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 이성복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 최승자

한 가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라도 이해한다. 만물에는 똑같은 법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 오귀스트 로댕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 윌리엄 진서

우리는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세계를 읽어 낼 수 있습니다.   - 마루야마 겐지

연민이 내 삶을 파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을 걱정하는 기술이라면,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의 태도다.   - 수전 손택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 이오덕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 최순우

너와 세계의 싸움에서 세계를 밀어줘라.   - 프란츠 카프카

숙련성이란 관리된 빈곤화다.   - 롤랑 바르트

창작이 곧 삶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때로는 창작이 삶을 되찾는 방법이다.   - 스티븐 킹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 폴 발레리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무언가를 드러낼 때에만 신뢰할 수 있다.   - 조지 오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 처지가 되어 보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 아모스 오즈

'나 아닌 것'을 끊임 없이 자기 안에 투입해 나가는 운동성이야말로 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 우치다 타츠루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난 아무 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 박완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나 아닌 것의 실험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 잉게보르그 바하만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듣도록.   - 스페판 말라르메

문학하는 사람의 처지로서는 '이만하면'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 김수영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 스티븐 킹

상대방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 김대중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죠.   -김영하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노무현

Man(인류)에 대해 쓰지 말고 man(한 인간)에 대해 쓰라.   - E. B. 화이트

글쓰기는 냇물에 징검돌을 놓는 것과 같다. 돌이 너무 촘촘히 놓이면 건너는 재미가 없고, 너무 멀게 놓이면 건널 수가 없다.   - 이성복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말은 하나밖에 없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자연은 말을 하고 경험은 통역을 한다.   - 장 폴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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