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심은 콩이 새싹을 내밀고 있다. 비교적 손쉽게 흙을 뚫고 나온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커다란 흙덩이에 짓눌려 고군분투 애쓰는 모양이 안타깝다. 이 아이는 고개가 꺾인 채 제 몸무게의 수천 배나 될 법한 흙덩이와 씨름하고 있다. 연약해 보이는 새싹이지만 생명의 의지는 더없이 강하다. 마음 같아서는 흙덩이를 치워주고 싶지만 자연 속 생명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 한다.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아이는 언젠가는 장애물을 이겨내고 꿋꿋이 제 힘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월하게 자란 아이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지 않겠는가. 나는 생명의 신비에 경탄하며 쪼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힘내라, 새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