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봄눈과 함께 걸은 영장산

샌. 2012. 3. 24. 17:07

어제부터봄비가 내리더니 산에 오르니 눈세상이 되어 있었다. 3월 하순이니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 것 같다. 25차 물리회 산행으로 친구와 둘이서 영장산(靈長山)에 올랐다. 바람이 세게 불고 쌀쌀한 날씨였다.

분당 이매역에서 출발했는데 영장산에 이르는 길은 산을 돌고돌아 꽤 길다. 대신힘든 구간이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정상 바로 전에서 잠깐 숨을 가쁘게 한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게 마치 히말라야의 설산 같았다. 봄에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서 볼 때보다 흰색이 많이 사라졌다.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틀 전 고량주와 소주로 과음을 한 탓에 어제는 하루 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산길을 걸으니개운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건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탓이다.

친구는 무릎이 성치 못하다. 옛날에는 산을 날아다녔다는데 그때 너무 무리했는지 지금은 세 시간이 넘는 산행은 못한다. 내 맘 같아서는 길게 걷고 싶었지만,율동공원으로 내려오는 짧은 길을 택했다.

산 아래 음식점에서 보리밥으로 점심을 하고, 율동공원을 지나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이매역에서 출발하여 영장산에 오르고, 율동공원을 거쳐 수내역으로 돌아왔다.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다시 먹구름이 덮이고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뒷산이 하얀 옷을 입더니 햇빛이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리가 인생길에서 만나는 일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떤 슬픔이나 기쁨도오래 지속되는 건 없다. 긴 시야로 보면 모두가 한 순간의 사건일 뿐이다.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다행히 산에 있을 때만 날씨가 괜찮았다. 꽃샘추위는 내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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