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65]

샌. 2009. 4. 1. 08:41

천하보다 몸을 귀하게 생각하면

천하를 부탁할 만하고,

천하보다 몸을 사랑한다면

천하를 맡길 만한 것이다.

 

貴以身於爲天下

則可以託天下

愛以身於爲天下

則可以寄天下

 

- 在宥 1

 

장자는 인간에 의한 인위의 다스림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이상을 실현하려는 체제도 결국은 인민에게 굴레로 작용한다는 것을 장자는 간파했다. 그래서 태평성대로 칭송하는 요순 시절도 인위적인 의와 예에 의한 통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비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국가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무위(無爲)의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몸을 귀하게 여김으로 표현했는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무위란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에 그냥 맡겨둠을 뜻한다.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나 이념도 결국을 거기에 종속되게 되고, 논란과 다툼이 생기고,존재의 본원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 내용은 도덕경 13 장에도 똑같이 나온다. 몸[身]은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나'라는 에고의식의 부정적 의미가 있고,인지(人智)가 배격된 순수한 자연성을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도있다. 여기서는 후자가 아닌가 싶다. 도덕경에 나오는 '實其腹 强其骨'의 배[腹]와 뼈[骨]를 생각하면 된다. '몸'은 소아(小我)를 초월한 자연의 원리 그 자체를 가리킨다.그러므로 몸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된 생명력이나 자연성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이라야 나라를 맡길 만하다고 장자는 말한다.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 꿈 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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