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67]

샌. 2009. 4. 17. 09:18

나는 말할 수 없다.

성인과 지혜가 사람을 구속하는 형틀의 고리가 되지 않고

인의가 손발을 묶는 질곡의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유가들이 걸주와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 그들의 지혜를 버려야만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吾未知

聖智之不爲桁楊接습也

仁義之不爲桎梏착예也

焉知

甑史之不爲桀척嚆矢也

故曰 絶聖棄知

而天下大治

 

- 在宥 3

 

장자는 지배 복종 관계의 정치 체제를 부정한 아나키스트였다. 반면에 노자의 도덕경은 군왕의 통치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 번역에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물론 노자는 다른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무위의 통치를 강조했다. 그런데 공자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개혁하려는 꿈을 가진 유세객이었다. 그분은 자신의 뜻을 펴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를 찾아다녔다. 그런 점에서 장자와 공자는 양 극단에 위치하고 있다. 장자는 공자가 강조한 인의를 빈 껍데기만도 못하게 여겼다.

 

또한 장자는 극단적인 고정관념의 파괴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습득한 일체의 선입견과 의식에서 벗어나야 도를 회복하고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요사이 상황으로 바꾸면 정치, 종교, 자본에서 해방된 인간을 뜻한다. 장자 당시에는 인의가 인간을 구속하는 대표적인 형틀이었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돈과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라도 그것이 도그마화 되면 인간의 손발을 묶는 자물쇠가 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은 진리가 아직 '초월론적 자리'에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신봉하는 진리가 독단적이고 배타적이 될 때 그것은 인간을 구속하고 병들게 한다. 성인의 가르침이나 지혜도 마찬가지다. 가르침에 매이지 말고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자신을 비워내야 한다. 그 자리는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만큼이나 팽팽한 긴장을 요구한다. 물이 고이면 썩는 법이고, 더 심각한 것은 그 물이 썩었다는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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