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8]

샌. 2008. 9. 6. 21:03

혜자가 물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부른다면

어찌 정이 없다고 하겠는가?"

장자가 답했다.

"내가 말하는 정이란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말하네.

내가 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사람이 좋고 싫은 마음으로 그 몸을 상하지 않는 것이네.

즉 항상 자연에 맡기고

삶을 더 보태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네."

 

蕙子曰

旣謂之人

惡得無情

莊子曰

是非吾所謂情也

吾所謂無情者

言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

常因自然

而不益生也

 

- 德充符 5

 

성인무정(聖人無情)이라고? 그렇다면 성인은 목석이란 말인가? 사람인 이상 감정이 없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혜자의 의문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무정이란 감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인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다만 감정이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에 집착하지 않고, 슬퍼지는 일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만큼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또한 감정은 우리를 관통하는 생명의 에너지이기도 하다.감정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취급하고 대하느냐에 따라주인 노릇을 할 수도 있고, 하인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장자가 말하는 것은 사적인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성인은 감정보다는 감정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에 의지한다. 즉, 표면적 현상인 옳고 그름, 좋고 싫음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무정(無情)이다.

 

그러나 감정 조절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될 수 있겠는가. 무정의 단계에 이르기를 바랄수록 스트레스만 더 쌓인다. 장자는 그것조차 버리라고 할 것이다.그러나 버리려고 해서 버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우울이라는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경우가 잦다. 아마 나의 지나치게 성찰적인 성향 때문이리라. 성찰이 영혼의 건강을 지켜준다지만, 그것도과하면병이 된다.사물에든 내 자신에든 한 발짝 물러서 있기를 배워야겠다.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그저 바라보기를 배워야겠다.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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