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도봉산에 오르다

샌. 2008. 8. 5. 19:41



젊었을 때는 도봉산을 자주 찾았는데 최근에는 뜸해졌다. 더구나 아내는 20 년 가까이나 된다. 뜨거운 여름에 큰 산(?)을 오르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무리하지는 말고 너무 힘이 들면 어느 때고 포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오르는 길이 걱정했던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신선대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길이 도리어 어려웠다.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길이라 오를 때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천천히 걸었지만 여름은 여름이라 산행길 내내 땀이 비오듯 흘렀다.그러나 기분 좋은 땀흘림이었다. 몸의 나쁜 기운이 땀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상상하니 더욱 그랬다.땀이 흐르면 흐를수록 몸은 더 개운해졌다. 산길을 걸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지치지는 않는다. 산에서 받는 무언가의 기운이나 에너지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전철 도봉산역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한여름의 도봉산계곡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가 시원했다. 계곡의 물은 거의 산 정상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었는데 송사리들이 떼로 몰려와 발을 간지렸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신기하고 고마웠다.

 



도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바위채송화가 군락으로 자라고 있었다. 이미 한창 때가 지나서 꽃은 많이 시들어 있었다.

 



만장봉(718m)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 마치 진흙덩이를 쌓아놓은 것 같다.툭 건드리기만 해도 무너질 것만 같은데 잘도 견디고 있다. 원래는 한 덩어리의 암괴였는데 풍화작용에 의해 저렇게 조각조각 갈라졌을 것이다. 자연은 위대한 조각가라 할 수 있다. 동작이 좀 느려서 흠이지만...

 



신선대(725m)는 도봉산에서 일반인이 등반 가능한 가장 높은 봉우리다.이 신선대에서 서쪽 방향으로는 멀리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보였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백운대다. 고작 두 시간 정도 산을 올랐을 뿐인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 사치스럽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가까이에 이런 명산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산은 건강을 줄뿐만 아니라 사람의 눈을 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신선대 정상에서 평시에는 잘 찍지 않는 기념사진 한 장씩을 찍었다.

 



하산길에 재미있는 바위를 또 하나 만났다. 이름이 '인절미 바위'다. 바위 표면이 마치 인절미을 썰어놓은 듯 질서정연하게 줄이 나있다.바위는 화강암인데 이런 모양은 '박리'라는 풍화작용으로 생겼다고 한다. 암석 표면이 가열과 냉각의 반복 작용에 의해 쪼개지는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는 평평한 흙길이 그리웠다. 대부분 구간이 경사진 돌길이어서 걷기에 많이 불편했다. 사실 이제는 산 정상에 서기 보다는 산책하듯 편안한 산길을 걷고 싶다.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난코스도 필요하리라. 덕분에 멋진 바위산의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 산행 시간 ; 10:00 - 16:00

- 산행 경로 ; 도봉산역 - 도봉계곡 - 구봉사 - 거북바위 - 능선 - 주봉 - 신선대 - 만장봉 - 산악구조대 - 금강암 - 도봉산역

- 산행 길이 ; 7.4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