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 아침의 산길

샌. 2012. 1. 30. 14:34


서울로 나가는 아내를 바래주고 겨울 아침의 산길을 걷는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으나 산에 드니 따스하다. 이미 봄이 잉태된 소리를 듣는다.

 

올겨울에는 눈을 보기 어렵다. 살짝 몇 번 흩날렸을 뿐 땅에 쌓인 적은 없다. 발걸음 따라 건조한 흙먼지가 날린다. 날 포근해지면 강원도로 달려가 눈과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

 


칠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광주 시내의 모습. 내가 사는 동네를 가운데에 넣었다.

 


칠보사 마당에 있는 목련의 솜털에 윤기가 돈다. 그러나 아직은 추위에 몸을 도사리고 있다.

 


딱새도 만났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먹이를 걸어놓았는데 그 주위를 배회하며 떠나지 않는다.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는지 "삐- 삐-", 경고음을 내며 어서 가라 독촉한다.

 

어제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이는 무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명석하며 부처에 가깝다. 그런데 어른은 배운 지식이 많기 때문에 도리어 혼미한 상태에 빠져, 부처와는 거리가 먼 바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예쁜 산길을 참 잘 걸었다. 산이 편안한 건 세상의 번거로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숨을 가쁘게 쉬며 오르막을 오를 때 온갖 망상은 사라진다. 이 간결한 정신의 희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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