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소식소동(小食小動)

샌. 2012. 1. 6. 08:33

겨울이 되니 몸을 덜 움직이게 된다. 추운 날씨가 바깥 걸음을 망설이게 한다. 걷는 시간이 다른 계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겨울은 활동보다는 휴식의 계절이다. 동물도 먹이를 구하는 때 외에는 활동을 자제하고 아예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나무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도 겨울에는 적게 활동하는 게 자연의 순리에 맞는 일이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산 옛날 농부들은 겨울 한 철을 농한기라고 하여 쉬었다.

그런데 적게 움직여도 먹는 양은 그대로니 살이 찌는 게 문제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도 체중계에 올라가면 지금은 65kg을 훌쩍 넘는다.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전에는 항상 62kg 사이를 오르내렸다. 그때가 몸 상태가 제일 좋다. 몸무게를 줄이자면 음식을 절제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집에서 노니 얄궂게도 입맛은 더 좋아진다.

올겨울을 지내는 목표를 '소식소동(小食小動)'으로 했다. '적게 먹고 적게 움직이자'라는 뜻이다. 이것은나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환경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생활방식이다. 모든 사람이 실천한다면 지구에 걸리는 부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본능으로서의 식욕을 조절하는 게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된다. 먹는 즐거움마저 버리고 사는 재미가 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면 기분이 좋다. 또 식사 뒤에도 위가 가볍고 부담이 없다. 먹는 즐거움은 이런 데서 찾으면 된다, 싶다. 가능하면 육식은 삼가고, 1식3찬의 간소한 밥상을 차리자고 아내와 얘기했다. 그러나 아내는 못 미더워하는 눈치다. 소식(小食)을 실천하는데 제일 적당한 계절이 겨울이다. 올겨울에는 먹는 데에서 절제의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그래도 어쩌다 가끔은 일탈을 허하기로 한다. 그것 역시 인생의 한 기쁨인 걸 어떡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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