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쉬는 나라

샌. 2011. 12. 12. 08:10

얼마 전에 OECD 가입국의 연평균 노동시간 통계를 보았다. OECD 평균은 1,768시간인데 우리나라는 2,316시간으로 1등을 차지했다. 주요국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 1,392 시간
노르웨이 1,417 시간
독 일 1,433 시간
프 랑 스 1,533 시간
일 본 1,785 시간
미 국 1,794 시간
헝 가 리 1,966 시간
한 국 2,316 시간

한국은 OECD 평균보다 1년에 무려 528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68.5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가장 적게 일하는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거의 1,000시간 가까이 더 일한다. 매일 3시간 정도씩 더 일한다는 얘기다. 이는 하루 평균 수면시간으로도 나타난다. 이 역시 한국의 수면시간이 가장 짧다.

프 랑 스 530 분
미 국 518 분
호 주 512 분
캐 나 다 509 분
영 국 503 분
독 일 492 분
노르웨이 483 분
일 본 470 분
한 국 469 분

OECD 평균 수면시간은 502분이다. 한국인은 주요국 사람들보다 1시간 넘게 잠을 덜 잔다. 그러나 469분을 잔다는 통계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469분이면 거의 8시간에 가까운데 하루에 그만큼 잘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유급 휴가일수 통계도 있는데 역시 가장 적다. 프랑스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삶의 질 측면에서는 이렇게 빈약하다. 아직도 한국인은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적게 쉰다. 학생들 수업시간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고3 수업시간은 주당 28시간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 고3 수업시간은 밤에 붙잡아두는 야자까지 포함한다면 독일의 2배가 넘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거의 살인적인 시간 수다. 토요 휴일제도 인제야 시작하려고 한다. 청소년들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OECD 국가 중 최하로 나왔다. 21세기형 창의적 인물이 이런 구닥다리 교육 시스템에서 나오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오래 일하고 많이 공부한다고 더 행복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과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근로시간을 1/3 정도 줄여야 지금의 유럽 수준이나마 된다. 그렇게 되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300만 개나 된다고 한다.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쉬면서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노동자들의 양보와 고통 분배가 따라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교과수업 시간도 대폭 줄이고 체육활동이나 취미활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학벌주의 경쟁 시스템도 동시에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근면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일벌레라는 조롱에서 이젠 벗어나자. 성장이 더는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지 못한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청년들의 앞길은 불안하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개발시대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의 가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쉬는 나라,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환이 우리를 살린다  (0) 2012.01.05
  (0) 2011.12.22
그냥 살면 됩니다  (0) 2011.12.06
마음이 편한 게 제일이다  (4) 2011.11.25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입니다  (0)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