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처녀치마(2)

샌. 2006. 4. 21. 14:06



처녀치마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간다. 이리 저리 옮겨가며 사진을 찍는데배경을 정리하기 위해 주로 밑에서 위로 렌즈를 향하고 쳐다보니 꽃에게 괜스레 민망해진다. 이름대로라면 처녀 치마 속을 마구 들여다보는 꼴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짜로 처녀 치마 속을 이렇게 들여다 보았다면 따귀라도 맞았을 것이다. 아니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하고 창살에 갇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처녀는 생판 모르는 남자가 자기 치마 속을 들여다 보는데도 생긋 웃으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그러니 꽃을 본다는 것은 식물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내놓고 감상하는 일이다. 그래도 꽃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을 자랑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동식물도 마찬가지다.

 

섹스를 부끄러워하고 감추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길거리에서 흘레 붙는 개를 흉보지만그것은 인간의 생각일 뿐 개에게는 자연스런 행위다. 에덴 동산에서 추방될 때아담과 이브는 무슨 일인지 아랫도리를 가렸다. 만약 그때 입을 가렸더라면 인류는 지금 음식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어두운 데를 찾아 은밀히 먹을지 모른다. 대신에 섹스는 지금음식을 먹는 것처럼 상대를 구별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자연스럽게 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그런 문화가 있다고 해도 그 문화권 안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 꽃을 볼 때마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꽃이나 잎, 어디에도 치마의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있다. 길게 늘어진 잎은 마치 신부가 긴 웨딩드레스를 늘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 꽃 또한 봄처녀의 주름 잡힌 풍성한 스커트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른 봄 산 속에서 이 꽃을 보면 단정히 앉아있는 아리따운 산 아가씨를 떠올리게 된다. "안녕히, 봄처녀! 내년에 다시 만나!" -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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